다음세계 NEXT WORLD
MYSTERY · RUN–001

역행자

당신을 죽이는 사람은……
당신 자신이에요.

EPISODE 01

제1화 · 죽음의 예고

비 오는 밤 처음 마주한 조도식과 서유진
비 오는 밤, 모든 것은 이 만남에서 시작됐다.

비 오는 밤, 낯선 경고

2026년 10월 31일 밤.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거리에서 조도식은 검은 코트 차림의 낯선 여자를 만났다.

서유진

“조도식 씨…… 드디어 찾았네요. 제 말을 믿기 어렵겠지만, 당신은 곧 죽어요.”

서유진

“그리고 당신을 죽이는 사람은…… 당신 자신이에요.”

그때 조도식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조도식

“당신은 누구요?”

서유진

“지금은 제 이름보다 당신이 살아야 하는 게 먼저예요. 저를 기억하려고 하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어요.”

서유진

“오늘 밤 이후, 당신에게 이상한 일들이 시작될 거예요. 그리고 그 끝에는…… 당신 자신이 있어요.”

서유진

“혹시…… 벌써 연락이 온 건가요?”

경고와 상처

조도식

“왜 나를 찾아왔는지 자세히 말해 보시오.”

서유진

“이 새끼가! 지금 죽게 생겼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내가 당신을 찾아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서유진은 거칠어진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서유진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이 죽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요. 제발…… 지금은 받지 마세요.”

조도식은 서유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입가를 감쌌다.

조도식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뭐야! 사람을 죽는다고 협박하고,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서유진

“당신…… 정말 변한 게 없네요. 내가 당신을 살리러 온 건 맞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한테 맞아야 할 이유는 없어요.”

그녀는 상처 난 입가를 누르면서도 전화만은 받지 말라고 말했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

조도식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소. 난 갈 테니 당신도 알아서 하시오.”

서유진

“조도식 씨……!”

조도식은 돌아보지 않았다. 차에 올라탄 그의 휴대전화에 ‘발신번호 표시제한’이 떠올랐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현관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조도식

“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나를 죽인다니.”

휴대전화에는 부재중 전화가 남아 있었다.

국세청은 아니죠?

조도식은 휴대전화를 다시 들었다. 그때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잠시 망설이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잡음 뒤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조도식

“누구요?”

의문의 목소리

“……조도식. 결국 받았군.”

조도식

“혹시 국세청은 아니죠? 돈 없는데…….”

의문의 목소리

“……국세청이 아닙니다. 돈 걱정부터 하다니. 아직 유머 감각은 살아 있군요.”

조도식

“그럼 대체 누구요? 왜 번호도 안 밝히고 전화하는 거요?”

의문의 목소리

“오늘 밤 당신이 만난 여자, 서유진. 그녀의 말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조도식

“당신이 그 여자를 어떻게 알아?”

의문의 목소리

“당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선택들이 곧 당신을 그곳으로 데려갈 겁니다.”

목소리는 서유진과 똑같은 경고를 되풀이했다. 당신을 죽이는 사람은, 당신 자신이라고.

의문의 목소리

“지금은 아는 만큼만 물으십시오. 다음에 연락하겠습니다.”

통화가 끊겼다.

잠들지 않는 경고

조도식은 소주 한 병과 안주를 꺼냈다.

조도식

“하…… 별 미친놈이 다 있네. 어디서 나타난 여자는 나보고 죽는다 그러고, 전화한 놈도 똑같은 소리나 하고…….”

조도식

“국세청도 아니라면서 무슨 볼일이 있다고 새벽에 전화질이야? 내가 나를 죽인다고? 살다 살다 별소리를 다 듣네.”

한참을 투덜거리던 그가 잔을 내려놓았다.

조도식

“……그 여자, 괜찮으려나. 에이, 내일 생각하자.”

조도식은 소파에 누워 잠들었다. 꿈인지 기억인지 알 수 없는 환영 속에 자신과 닮은 남자가 나타났다.

환청

“조선생……. 당신을 죽이는 사람은…….”

제1화 끝
EPISODE 02

제2화 · 거울 속의 남자

첫 만남 당시의 조도식
그날 밤의 조도식 · 첫 만남의 기억

낯선 아침

2026년 11월 1일 아침. 소파에서 깨어난 조도식은 숙취에 머리를 감쌌다.

조도식

“으…… 머리야. 뭐야…… 왜 이렇게 낯설지?”

서유진의 문자

“당신에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오늘 중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 서유진”

조도식

“아니, 이 여자가 내 번호는 또 어떻게 알았어?”

조도식은 답장을 보냈다.

조도식의 문자

“속도 쓰린데 집에 와서 밥이나 해주시오.”

서유진의 문자

“어젯밤 저한테 어떻게 하셨는지 기억하세요? 식사는 챙겨 드세요. 하지만 먼저 사과부터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조도식

“허어…… 이 여자도 보통 성격이 아니네.”

서유진의 문자

“어제 말씀드린 일은 장난이 아닙니다. 오늘 중으로 만나서 이야기해야 해요.”

문 앞의 사과

서유진이 집을 찾아왔다. 문을 연 조도식은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도식

“얼굴을 보니 씻지도 않고 주변에 있었나 보오. 그런데 오라고 하면 아무 집이나 그냥 오는 거요?”

서유진

“아무 집이나요? 조선생님이 오라고 하셨잖아요! 저도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에요. 아직 사과도 못 받았고요.”

조도식

“어젯밤 때린 건 미안하오. 그런데 내 집은 어떻게 알았소?”

서유진

“사과해 주셔서 고마워요. 어젯밤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당신이 사는 곳도, 차도…….”

조도식

“이거 완전히 스토커 아니오?”

서유진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당신에 관해 앞으로 일어날 일도 알고 있어요. 오늘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제가 알고 있는 미래도 달라질 수 있고요.”

서유진

“제 말을 끝까지 들어 주세요.”

먼저, 치료부터

조도식은 서유진의 입가에 남은 상처를 바라보았다.

조도식

“그런데 입가의 상처는 괜찮소? 병원부터 갑시다. 치료 후에 술이나 한잔합시다.”

서유진

“어젯밤에도 술 마셨다면서요? 속이 쓰리다던 분이 또 술이에요?”

조도식

“술 마시자는 게 꼭 취하자는 뜻은 아니잖소. 앉아서 이야기나 하자는 거지.”

서유진

“좋아요. 하지만 먼저 병원부터 가요. 그리고 술 대신 따뜻한 음식 먹으면서 이야기해요.”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두 사람은 인근 음식점에 앉았다.

조도식

“자, 이제 말해 보시오. 내가 죽는다는 이야기는 도대체 무슨 뜻이오?”

서유진

“조선생님, 한 가지 먼저 물어볼게요. 살면서 누군가를 만지고 난 뒤,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자신도 갖게 된 것 같은 경험은 없으셨나요?”

생체 특기 복제

조도식

“그게 무슨 소리요? 남의 능력을 내가 가져온다고?”

서유진

“네. 조선생님은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름은 ‘생체 특기 복제’예요. 살아 있는 생명체와 직접 접촉하면 그 대상이 가진 특기 하나를 복제할 수 있어요.”

조도식

“허어…… 이젠 초능력자까지 만들려고 하네. 그럼 내가 격투기 선수를 만지면 싸움도 잘하게 된다는 거요?”

서유진

“가능성은 있어요. 운동선수의 기술이나 동물의 특별한 감각 같은 거죠. 다만 어떤 특기를 복제할 수 있는지,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는 확인해야 해요.”

서유진

“가장 위험한 건 능력 자체가 아니에요. 당신이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뀐다는 거예요.”

첫 만남 당시의 서유진
그날 밤의 서유진 · 첫 만남의 기억

감정을 읽는 사람

조도식

“그럼 당신 손을 잡으면 어떤 능력을 얻을 수 있소? 무슨 능력을 얻는지도 모르고 만질 수는 없잖소.”

서유진

“제 특기는 사람의 감정과 거짓을 감지하는 능력이에요. 다만 마음을 읽거나 미래를 보는 것과는 달라요. 항상 정확한 것도 아니고요.”

조도식

“그런 능력이 있다면서 어젯밤 내가 화낼 줄은 몰랐소?”

서유진

“……알고 있었어요. 화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건 느꼈어요. 하지만 저를 때릴 거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서유진

“제 능력은 감정을 감지하는 거지,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이 화난다고 해서 저를 때리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잖아요.”

조도식

“……그건 내가 잘못했소.”

서유진

“조선생님의 능력은 제 능력보다 훨씬 위험해요. 특기를 복제할수록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아직 모든 원리를 아는 건 아니지만요.”

서유진

“제 손을 잡는다고 반드시 같은 능력을 얻는다는 보장도 없어요. 시험해 보더라도 신중해야 해요. 제가 그만하자고 하면 바로 놓아주셔야 해요.”

능력의 값

조도식

“복제한 특기로 돈을 벌 수도 있겠구먼.”

서유진

“목숨이 위험하다는데 벌써 돈 벌 생각부터 하세요?”

조도식

“이왕 생긴 능력이면 써먹어야지. 세상에 돈 없이 되는 게 어디 있소? 주식 고수의 능력을 복제하면 돈을 벌겠구먼!”

서유진

“뛰어난 신체 기술이나 전문가의 감각은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분석하는 기술을 얻는 것과 미래 주가를 아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예요.”

조도식

“그러면 부자가 되는 건 쉽지 않겠네.”

서유진

“더 중요한 건 아직 능력의 제한과 부작용을 모른다는 거예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능력을 이용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서유진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먼저 당신이 왜 위험한 상황에 놓였는지 알아야 해요.”

제2화 끝
EPISODE 03

제3화 · 손이 닿기 전에

끝나지 않은 관계

조도식

“그전에 당신은 선따후사라고 아시오?”

서유진

“선…… 뭐라고요? 처음 듣는데요. 무슨 뜻인데요? 설마 또 이상한 농담하시려는 건 아니죠?”

조도식

“선따후사는 당신과의 관계가 끝나면 알려주겠소.”

서유진

“그럼 제가 그 뜻을 알려면 조선생님과의 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거예요?”

조도식

“그렇소.”

서유진

“그렇다면 당분간은 모르는 채로 있어야겠네요. 아직 조선생님께 해야 할 이야기가 많거든요.”

서유진

“그런데 정말 제가 왜 당신을 찾아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우리가 만나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에요.”

닿지 못한 손

조도식이 서유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손은 아직 닿지 않았다.

조도식

“좋소. 그럼 한번 시험해 봅시다.”

서유진

“조선생님, 그런데…….”

조도식

“어……? 잠깐……. 머리가…… 왜 이러지…….”

심장이 빠르게 뛰고 시야가 흔들렸다. 손을 잡기도 전에 조도식이 쓰러졌다.

서유진

“조선생님?! 조선생님! 제 말 들리세요?”

서유진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119에 신고했다. 멀어지는 소리 사이로 낯선 목소리 같은 것이 스쳤다.

낯선 목소리

“드디어…… 시작되는군.”

무의식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빛도 소리도 없는 깊은 어둠. 몸이 움직이는지, 시간이 흐르는지도 알 수 없었다.

조도식의 의식은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 계속 —